JTBC 수목 드라마 <사랑의 이해> 원작소설로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쿨하지 못한 사실적이고 속물적인 사내 연애의 모든 것을 담은 장편소설'을 소개합니다.
[사랑의 이해 - 책 소개]
2016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혁진의 새로운 장편소설인 <사랑의 이해>는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발칙하고 속물적인 사내 연애를 담았습니다. JTBC 수목 드라마 <사랑의 이해> 원작소설로도 잘 알려진 책이기도 하고요. 계급의 형상이 잘 드러나는 은행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내연애라는 표면적인 연애담을 담은 소설인 것 같지만, 내면에는 사랑에 대한 설렘과 환희, 그리고 계급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하게 되는 자격지심, 열등감, 자존심, 시기 질투 등 사랑을 둘러싼 감정들까지 솔직하게 담겨 있어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읽게 되는 책입니다.
은행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주는 교환 가치에 대한 느낌들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인들이 느끼는 일과 연애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드라마와 소설 원작이 아예 동일한 내용은 아니고요, 드라마가 조금 더 자극적이기는 한 것 같지만 저는 드라마를 먼저 보고 나서 소설 원작을 읽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등장인물들이랑 매칭이 되어서 원작 소설을 순식간에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과 드라마 어떤 게 더 좋았는지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만으로 사랑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는 요즘이라 그런가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이해 - 작가 소개]
이 책의 저자 이혁진님은 2016년 <누운 배> 장편소설로 제21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습니다. 누운 배는 몰락한 조선업을 배경으로 회사라는 조직의 모순과 부조리를 사실과 아주 비슷하게 묘사하여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섬세하게 포착한 소설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랑의 이해>에서도 은행이라는 공간의 특징과 사내 연애에서 일어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잘 살려내신 것 같습니다. 이혁진 작가는 <누운 배>와 <사랑의 이해>를 통해 회사로 대표되는 계급 사회와 그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자하는 인물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이해 - 작가의 말]
"이야기를 써 나가면서 사랑이 다른 감정과 다르다면 결국 우리를 벌거벗게 만들기 때문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의 징후인 두려움과 떨림도, 보상인 환희와 자유로움도 그래서 생겨나는 것 아닐까 하고요.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에곤 실레의 나체화처럼 벌거벗은 우리는 대개 헐벗었고 뒤틀려 있기 마련이니까요. 벌거젓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벌거벗은 상대방을 지켜보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존심, 질투심, 시기심 같이 사랑을 둘러싼 감정들과 온갖 생활의 조건들은 오히려 더 갖춰 입고 뻔뻔해지라고 요구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사랑을 원한다면 결국 거짓의 밝고 좁은 조명 아래서든,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는 짙은 어둠 안에서든 입고 껴입을수록 더 헐벗고 뒤틀리기만 하는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 안의 상수와 수영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이 여느 감정과 다르며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수많은 사람 속에서 다르게 해주는 것 아닐까요. 역시 수영과 상수가 이야기 끝에서 그렇게 알게 된 것처럼요."
[사랑의 이해 - 인상 깊었던 내용]
내려오는 동아줄은 하나야. 나보다 못난 놈, 잘난 놈 수백수천이 그 동아줄 하나 붙잡아 보자고 이러고 있는 거고. 그런데 차이가 뭔지 알아? 못나고 잘난 게 아니야. 바닥이야. 디디고 선 바닥! 아무리 날고 기어 봤자 나처럼 유리 한 장이 바닥인 놈은 못 뛰어. 더 높게 뛸수록 와장창 박살이 나니까. 굴러 떨어지면 어디로 굴러 떨어질지 환히 보여서,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니까. 콘크리트 바닥인 애들은 달라. 걔네들한테는 뛰든 말든 하고 싶고 말고의 문제야. 뛰고 뛰다가 다 싫어지면 관두고 딴 거 해도 돼. 우리 엄마 같은 사람 자르고 자기네 건물 청소나 해도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어. 차라리 부러워나 하지.
좋아할수록 많은 것이 보이지만 그만큼 못 본척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기쁨과 슬픔은 늘 함께 늘어난다. 상수는 그것을 처음 안 듯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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