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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거센 파도, <아버지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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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만우절은 아니었다. 만우절이라 한들 그런 장난이나 유머가 오가는 집안도 아니었다. 유머라니. 유머는 우리 집안에서 일종의 금기였다. 그렇다고 유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유머일 수 밖에 없고 유머여야 하는 순간에도 내 부모는 혁명을 목전에 둔 혁명가처럼 진지했고, 그게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p.7

 

 

[아버지의 해방일지 - 추천사]

소설을 읽고 운 것이 대체 얼마 만의 일인가. 빨려들듯 몰입하여 책 한권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은 것은 또 얼마 만인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먹먹한 가슴을 어쩌지 못해 나는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라는 사건 하나로 잊히거나 지워진 우리 현대사의 상흔들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놓고 관련 인물들을 죄다 불러내 각각의 사연을 풀어놓는, 그것들이 종으로 횡으로 오지랖 넓게 뻗어나가다 결국은 헤쳐모여 이미 소멸한 아버지를 불멸의 존재로 소생시키는,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서글프지 않은 일화가 없는데 실실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고, 억울하지 않은 삶이 없는데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램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런 소설은. 정지아의 전작을 따라 읽어왔으니 이만하면 성실한 독자라 자부할 만한데도 나는 모른다. 그가 등단작부터 천착해온 주제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책을 펼쳤는데도 어찌하여 처음 보는 내용인 듯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는지, 어찌하여 새삼스레 경탄하고 오히려 더 깊이 감화하게 되는지를. 알 도리가 없으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긍게 정지아제. - 김미월 (소설가)

 

 

 

[아버지의 해방일지 - 책 소개] 

아버지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카빈 소총을 들고 누빈 빨치산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직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싸웠지만 처절하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동지들을 하나둘 죽었고, 아버지는 위장 자수로 조직을 재건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습니다.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생판 초면인 사람들의 어려움도 무시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아버지가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배불리 먹고 차별 없이 교육받는 세상이 이미 이뤄졌는데 사회주의 혁명을 눈앞에 둔 듯 행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블랙코미디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가 노동절 새벽에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었습니다. 

 

 

이 책은 네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를 시기하고 미워하던 작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빨갱이' 형 때문에 집안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작은아버지는 생전에 이따금 집에 찾아와 아버지가 집안을 말아먹었다며 형에게 행패를 부렸지만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맞서지 않고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 작은아버지는 형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대꾸도 하지 않고 끊어버리며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작은아버지의 등장 여부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소학교 동창이자 시계방을 운영하는 박선생은 평생을 군인과 교련 선생으로 살았습니다. 정치적 성향 차이로 아버지와 박 선생 사이에는 약간의 투덕거림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어울리지 않게 등장한 아버지의 담배 친구 샛노란 머리의 소녀가 있습니다. 열일곱살 소녀와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 아버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소녀에게 '미 제국주의'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 외에도 아버지의 아들을 자처하는 학수 등 많은 사람과의 사연들이 전개됩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빨치산의 딸로 힘들게 살아온 딸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인 나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주의자이자, 혁명 전사였기에 경제력은 없었고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의 빚보증을 서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아서 늘 가난했던 집안 형편은 늘 아버지 탓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늘어놓는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야기는 늘 현실과 맞지 않았고 그런 아버지가 있는 고향을 늘 떠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은 후 아버지의 합리적인 모습과 현실적인 면들이 밝혀지며 나는 내가 알던 아버지의 얼굴이 아주 일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잊고 있었던, 아버지가 나를 사랑했던 순간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나는 아버지의 유골을 손에 들고 아버지를 가장 아버지다운 방식으로 떠나보낼 결심을 하게 됩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일화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무겁기만 했던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주며 웃음을 자아냅니다. 평생 함께하는 사이이자 똑같이 사회주의자였던 어머니는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조금 현실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옷을 털지 않아서, 술 담배를 끊지 못해서, 빚보증을 서서 농사를 내팽개쳤던 일을 떠올리면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는 유쾌한 매개체가 되어줍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 작가 소개]

 

이 소설을 쓴 정지아 작가는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입증받은 대단한 작가라고 합니다. 32년 전 정지아 작가님이 등장하고 한국 문학에는 하나의 센세이션이 일어났다고 하는데요, 판매 금지와 공안 당국의 기소 같은 사건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데 역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한몫했다고 합니다. 사실과 허구를 섞어가며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다루는 기법과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필력으로 유명했다고 하네요.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시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고욤나무>,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의 적> 등을 출간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32년 만에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을 오늘날의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해방 이후 70년대 현대사의 흐름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워낙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유시민 작가의 추천 도서'라는 말을 듣고 한번 읽어봐야지 하면서 책 표지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해방 이후의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더라구요. 저는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정지아 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가 소개의 글을 보면서 제가 이렇게 대단한 분의 책을 읽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알랭드 보통처럼 제가 좋아하는 외국 작가들의 책은 시리즈로 사다놓고 읽는 편이었는데, 그동안 한국 문학은 많이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책을 통해서 좀 더 한국 문학과 한국 작가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 인상 깊었던 내용]

 

 

고향에 돌아오니 서울서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 천지다. 섬진강변의 벚꽃길, 반야봉의 낙조, 노고단의 운해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벚꽃은 정 읎어 싫고 산수유는 속 읎어 싫다는 동네 할매, 필요 없다고 해도 밥을 묵어야 힘이 난다며 기어이 가져다주는 식당 주인, 심지어는 먹도 못할 억센 나물을 삶으면 부드럽다고 뻥쳐서 파는 장터 할매, 주방에서 가장 먼 안쪽 테이블에 앉았더니 사람도 없는데 가차이 앉으라고 호통치는 식당 아줌마(알고 보니 그이는 관절염이 심했다)까지, 이곳엔 사람 냄새 넘치는 사람이 그득하다. 오죽하면 할매가 뻥을 치겠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급하면 뻥도 치고 호통도 치는 것이 사람 아닌가.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 아버지. 아버지 딸, 참 오래도 잘못 살았습니다. 그래도 뭐, 환갑 전에 알기는 했으니 쭉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딸을 대장부의 몸으로 낳아주신 것도, 하의 상의 인물로 낳아주신 것도 다 이해할 터이니 그간의 오만을, 무례를, 어리석음을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감사합니다, 아버지. 애기도 하는 이 쉬운 말을 환갑 목전에 두고 아버지 가고 난 이제야 합니다. 어쩌겠어요? 그게 아버지 딸인걸. 이 못난 딸이 이 책을 아버지께 바칩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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